
인류 역사 속에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은 고대 문명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멕시코의 테오티우아칸은 잃어버린 문명의 대표적인 상징입니다. 이곳은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가 마주보며 세워져 있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죽은 자의 길’이 지금도 수천 년의 시간을 관통한 채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이 곳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1. 신의 도시라 불린 테오티우아칸의 기원
테오티우아칸이라는 이름은 아즈텍어로 ‘신들이 태어난 곳’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 도시를 실제로 세운 사람들은 아즈텍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멕시코 계곡의 어느 집단이 이곳에 정착하며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정체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고학자들은 테오티우아칸이 중앙 멕시코의 여러 문화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도시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시는 정교하게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도로와 건축물이 좌우대칭으로 배치되었고, 이는 단순한 미학적 설계가 아니라 우주와 신의 질서를 표현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도시의 중심에는 태양의 피라미드가, 북쪽에는 달의 피라미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건축물들은 돌과 흙만으로 쌓아 올린 것이지만, 높이가 각각 60미터와 45미터에 달합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였으며, 이는 테오티우아칸 사람들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건축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테오티우아칸은 단순한 종교적 중심지가 아니라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거래를 하며 다양한 물품과 사상이 오갔고, 그 결과 이곳은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인구는 최대 20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당시 로마나 알렉산드리아에 견줄 만한 규모였습니다.
2.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 신과 인간의 경계
테오티우아칸의 상징이라 하면 단연 두 개의 피라미드입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도시의 중심부에 자리하며, 높이 65미터로 고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구조물입니다. 이 피라미드는 태양신에게 바쳐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점에 올라서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그 위에서 제사 의식이 거행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한편 북쪽 끝에는 달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이 피라미드는 여성적 신성과 관련된 여신에게 봉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피라미드가 죽은 자의 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생명과 죽음, 낮과 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중적 개념을 상징하는 구조로 해석됩니다.
이 두 피라미드는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우주를 축소해 표현한 신성한 공간이었습니다. 태양의 피라미드 정점은 동지와 하지에 따라 해의 위치가 정확히 맞닿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이는 테오티우아칸 사람들이 천문학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곳을 신과 소통할 수 있는 문으로 여겼으며, 신성한 의식은 곧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행위였습니다.
또한 피라미드 내부에서는 인간의 유골과 공예품, 신에게 바친 제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테오티우아칸 사람들이 신에게 삶을 바치며 영원한 균형을 추구했음을 의미합니다. 피라미드의 웅장한 모습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인간이 신과 하나 되기를 바랐던 간절한 염원의 상징이었습니다.
3. 사라진 문명, 그러나 남겨진 흔적들
테오티우아칸은 서기 6세기경 갑작스레 쇠퇴했습니다. 도시는 불에 타고 일부 건물은 파괴된 채로 버려졌습니다. 학자들은 내전, 외부 침입, 혹은 종교적 변화 등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신의 도시라 불리던 곳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은 지금도 역사 속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그 후 수백 년이 지나 아즈텍인들이 이 폐허를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이곳을 신들이 세운 도시라고 믿고 ‘테오티우아칸’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미 사라진 문명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이 깃든 이름이었습니다. 이후 이곳은 아즈텍 제국의 종교적 성지로 재해석되며, 신화 속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테오티우아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아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에서 멕시코의 광활한 평원을 내려다봅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죽은 자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간의 손으로 이토록 거대한 문명을 만들고도 사라져버린 존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됩니다.

테오티우아칸은 단순한 유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신을 향해 품었던 꿈,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고자 했던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그 신비로운 피라미드와 정교한 도시 구조는 지금도 인간 문명의 한계를 넘어선 경이로움으로 남아 있습니다.